초록이님은 레즈비언 딸을 둔 어머니입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 정기모임에 오기 바로 직전에 딸에게 커밍아웃을 듣고 펑펑 우셨다고 합니다. 지금은 미리 알고 지원해주지 못한 게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사진 속 딸과 애인이 함께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 신선한 충격을 받으셨대요. 커밍아웃 후 딸이랑 여행을 간 적이 없는데, 같이 가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합니다.
인터뷰 한 사람 / 오소리, 스톤
인터뷰 한 날짜 / 2016.05.04
“사진을 봤는데 동성끼리의 그 스킨십이 너무 행복해보이고, 내가 인생을 살면서 알게 된 이성한테 사랑을 받았을 때, 스킨십을 했을 때 느끼는 어떤 표정이 동성사이에도, 오히려 그게 그 이상으로 나타나는 거에 대해 너무 놀랐어요.”
오소리 /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초록이 / 저는 박장군 엄마구요. 자영업을 하고 있어요.
1. 커밍아웃 이전
오소리 / 박장군님이 성소수자인 걸 알기 전에 홍석천이나 하리수 같은 성소수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초록이 / 홍석천이나 하리수에 대해 각종 매체에서 알 수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했어요. 저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이구나. ‘특별한 사람들이고 경제적 여건이 되니까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을 찾아가나?’ 뭐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하리수씨를 봤을 때는 ‘아, 저 사람은 진짜 외형은 여성인데 어떻게 남성으로 태어났지? 그러면 진짜 재미없었겠다.’ 남성으로서의 카리스마 같은 게 없고, 같은 동성끼리 봐도 “너는 남자가 아니야 너는 여자야.” 이렇게 손가락질을 받았을 것 같아요. 그럴 때 기분이 좋지는 않고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지’ 하면서 그 사람 나름대로 고민을 했을 것 같아요.
오소리 / 그럼 부정적인 인식이나 그런 건 전혀 없으셨어요?
초록이 / 그런 건 없었어요.
오소리 / 주변에 혹시 아는 성소수자 분들이 계셨나요?
초록이 /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예전에 바닷가가 한 1km 떨어진 시골에서 자랐어요. 고향인데, 그 바닷가에 그런 분들이 사셨어요. 그때는 몰랐는데, 한 분은 남성적인 성향이 있고 한 분은 여성적인 성향이 있는 여자 두 분이서 시장 갈 때도 항상 같이 가고, 그런 모습이 둘이 너무 잘 어울리고. ‘여자여도 겉모습이 저러면 여자로서의 매력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잠시 했던 기억이 있는데,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니까 그 때 (그분들이) 커밍아웃은 안했지만 그런 성향 때문에 그렇게 살았나보다 이해를 했어요. 몇 십 년이 지난 다음이죠.
오소리 / 그 때가 언제쯤이었어요?
초록이 / 제가 초등학교 6학년 쯤 되었을 때요.
오소리 / 박장군님의 외형을 보면 굉장히 머리가 짧고, 남성적인데 어릴 때부터 그랬나요?
초록이 / 어릴 때 굉장히 예뻤어요. 제가 미를 추구하는 형이고, 여자 아이니까 조금 예쁘게 키우고 싶어서 왜 엄마들 치장하는 거 있잖아요. 예쁜 옷도 사주고 치마도 예쁜 거 있으면 사주고 싶고. 그랬는데 초등학교 다니기 전에도 치마를 사주면 별로 안 좋아했어요. 그리고 동생이 남잔데 동생보다도 더 와일드하고 외향적인 성격이고 운동도 좋아했어요. 그래서 초등학생 때부터 운동을 했어요. 수영, 태권도. 그때 당시에 저는 ‘아 씩씩하구나.’, ‘아 엄마를 닮아서 외향적이구나.’ 하고 생각했죠. 성격이 굉장히 밝고 친화적이에요. 친구들 간에도 그렇고 굉장히 활발하고, 그래서 성격이 좋은 아이구나 그렇게만 생각했었어요.
오소리 / 그게 어떻게 보면 자기가 성소수자라고 드러내는 힌트가 아니었을까요?
초록이 / 근데 어리니까. 자기도 그걸 몰랐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까 아 그때도 그랬구나. 이게 되돌아보면 ‘아 그랬구나, 그랬구나.’ 혼자 많이 생각을 하지요. 아 그래서 그랬구나.
2. 커밍아웃/아웃팅
오소리 / 그러면 왜 커밍아웃 하기 전까지, 박장군님이 커밍아웃을 안 하신 거 같아요?
초록이 / 그것 때문에 제가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박장군이) 대학교 1학년 때 독립을 했어요. 기숙사에서 반 학기동안 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엄마 나 기숙사 2인 1실에 있는데 혼자 있는 게 좋으니까 방을 하나 얻어 달라.”고 해가지고 원룸을 하나 얻어줬어요. 그러면서 이제 나도 바쁘고 하니까 서로 왕래를 많이 못 했어요. 서로 바빠서. 저는 그냥 전화통화만 하고, 가끔 가보면 깔끔하게 혼자 사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보기 좋았고. 그리고 제가 항상 하는 얘기가 “너는 남녀관계 이성관계 주입적으로 얘기하는 거 싫어하니까 너에 대한 행동 네가 책임져야 한다.” “엄마는 너를 믿으니까 네가 알아서 잘 할 것이다.” 라고. 그리고 우리 아이는 행동을 아주 잘해왔어요. 모범적으로. 근데 그런 말 있잖아요. 자기 자식은 아닐 거라고. 그래서 내가 제일 잘 알 거 같지만 내가 제일 모르는 게 내 자식이란 말이 있어요.
오소리 / ‘자기 자식은 아닐거야’ 라는 생각 때문에 내 아이가 성소수자라는 생각을 못하신 거예요?
초록이 / 저는 못 했구요. 언제 한번 애기 아빠랑 부부동반으로 바닷가에 놀러 간 적이 있어요. 회를 먹다가 애한테 전화를 해야 돼서 했더니 걔도 여기 여행을 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저녁에 만났거든요. 그런데 여자 아이랑 같이 왔어요. 그런데 그때는 전혀 그런 거 생각 안했지. 그냥 친구랑 같이 왔구나 했지. 방을 하나 더 얻어가지고 같이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고 그러다가 여행 끝나고 각자 헤어지고. 나중에 분당에서 또 만날 일이 있었는데 또 다른 친구랑 같이 왔어요. 근데 우리 아이 얼굴이 그렇게 밝지가 않아요. 엄마가 지원해주고 서포트를 많이 해줘야 하는데 내가 그러지 못해서 쟤가 속상한 일이 있나 했어요. 근데 일단 바쁘니까 잠깐 할 얘기하고 헤어졌어요. 근데 되돌아서 우리 아이 얼굴을 보니까 너무 어두운 거예요. 어두워서. 어릴 때 같으면 가서 안아주고 토닥거리기도 할 텐데 성인이다 보니까 스킨십 그런 거는 가리려고 가리는 게 아니라 제한적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게 마음에 걸렸어요. 이제 전화 하는 횟수도 줄어들고. 이제 전화 하면 어디 나와 있다고 그러고. 이제 장시간 통화는 안하고 단발적으로 끝나는 거예요. 그래서 아 얘도 바쁘구나 생각을 했었고. 내가 얘 사는 집에 가고 싶어 해도 얘가 바쁘고 그러니까 항상 다음에 오라고. 그게 뭐였을까 다시 생각을 해보니까 아직 엄마에게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는 준비가 안 되어 있었고 혼자 고민을 했었던 거고 그리고 엄마가 커밍아웃을 하면 심적 부담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죠. 엄마니까 너무 잘 알았겠지. 그렇지만 언젠가는 얘기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 자꾸 언제 기회가 올까 본인이 많이 생각했겠죠. 고민을 얼마나 했겠어.
오소리 / 그러다 결국 커밍아웃을 했는데 그게 언제쯤이에요?
초록이 / 2년 아직 안됐어요.
오소리 / 맨 처음에 어떻게 커밍아웃을 했나요?
초록이 / 전화가 왔는데 “엄마 토요일 날 언제 시간이 되냐. 여기 부모들 모임이 있는데 엄마가 와보면 좋을 거 같다. 엄마 시간되며 한 번 와줬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면서 “시간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모처럼 부탁인데 시간 내서 왔었어요. 왔었는데 그 얘기를 듣고 너무 너무 여기가 (가슴이). 말을 못 하겠는 거야.
오소리 / 그 모임에 와서 자녀가 성소수자란 걸 아신 거예요?
초록이 / 바로 직전에. 그래가지고 제가 거기서 펑펑 울었어요. 커밍아웃한 (박장군)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저를 잘 알아요. 친구들이 걱정을 했대요. 엄마한테 말씀드리면 엄마 너무 힘들어 하실 텐데 어떻게 하냐. 자기 혼자 답답하니까 친구들이랑 의논을 한 거예요. “엄마한테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서. 이제는 얘기를 안 하면 안 되겠으니까. 그 시간이 온 거죠. 그래서 얘기를 들었는데 윽박지를 수도 없고요. 자식이래도 함부로 얘기 못해요. 서로 다치지 않게 시간을 좀 가져보자. 다른 엄마들도 다 그렇게 얘기할 거예요. 시간 속에서 다 바뀔 거라고. 그럴 거라고 기대 반. 그렇게 시간 속에서 좀 묻혀 가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엄마는 네가 그렇게 결정을 한 거에 대해서는 존중 해줄게. 시간을 가진 후에도 네가 변함이 없다면 그때 다시 얘기를 하자.”
오소리 / 이전부터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없다고 하셨는데 자녀가 성소수자인 걸 알았을 때는 왜 힘들어 하셨나요?
초록이 / 그러니까 그런 거였던 거 같아. 나한테는 이런 일이 안 일어 날거야. 그런 일은 남한테만 일어나는 일이고 나하고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니까. 내 안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절실하지 않잖아요. 그런 거겠죠.
오소리 / 박장군님께 커밍아웃을 들었는데, 커밍아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초록이 / 그러니까 일대일로 어느 날 갑자기 “나 이래.” 수학공식 풀듯이 일 플러스 일은 일이야. 이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여기서 인정을 안 하고 나는 3이 되고 5일수도 있는데 아무리 세상이 정한 룰이 그렇더라도 나는 5야 라고 할 수 있어요. 얘가 이런 쪽에 많이 활동도 하고 접하다 보니까 방법론에 있어서도 생각을 한 거 같아. 근데 이제 똑같은 처지에 있는 부모들하고 같이 얘기를 하고 공유를 하고 아예 닫힌 생각이 물고가 트여진 거잖아요. 커밍아웃을 먼저 한 자녀들 부모들 얘기를 듣고 아 저랬었구나. 나 혼자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생각했는데, 이제 방법이 생각이 나는 거예요. 닫힌 마음이 이제 조금씩 열려지는 거예요. 커밍아웃하지 않고 자기 굴레 속에서 정말 울고 답답하고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조선시대에도 그렇게 그런 사람이 많이 있었다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알지 않았고 생물학적으로만 사람들이 생각하니까 ‘그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데 한 인간으로 놓고 봤을 때는 그건 아니거든요. 왜 굳이 이성끼린 사랑을 해야 돼, 미워하는 건 죄되 사랑하는 건 죄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동성끼리도 얼마든지 절친이 될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어떤 걸 뛰어 넘어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그 이상으로 가서 더 자기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가능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오소리 / 그럼 자녀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 부모가 어떤 반응을 해야 좋다고 생각하세요?
초록이 / 그건 일단 사랑이 배제된 상황은 아니잖아요. 부모 자식 간이니까. 그러니까 용수철처럼 튀어나가요. 너무 부정을 하고 너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서 아이를 자기 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튕겨져 나갈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니까 충분히 대화를 하고 시간을 가지고, 아이가 커밍아웃을 했으면 거기에 대해서 정보를 좀 숙지하고, 내 아이가 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면 서로 마음이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혈맹의 동지라고 얘기해도 되는 부모 자식 간에 거리가 멀어져서 서로 고통 속에서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요즘에는 시대가 바뀌었잖아요. 그러니까 상대방이 자녀가 됐든 누가됐든 일단 존중을 해줘야 되는 거 같고 얘기를 들어줘야 하는 거 같고. 나도 내가 왜 이렇게 밖에 될 수 없고 나도 변하려고 노력했는데 안 되면 그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조금 정보도 알고 공부도하고 수집도하고 해서 서로 소통이 되는 그런 거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오소리 / 만약 박장군님이 청소년 시절에 커밍아웃을 하셨다면 지금처럼 잘 받아들이셨을 거 같아요?
초록이 / 하... (한숨) 그때 커밍아웃 했으면 그거에 대해서 알아봤겠죠. 그러면 다른 건 다 모르더라도 자살할까봐 방법을 찾았겠죠. 나름대로.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야.
3. 갈등/고민
오소리 / 얼마 전에 행성인에 가입하셨는데, 박장군님이 커밍아웃 후에 인권단체에 연락 해보실 생각은 없으셨어요?
초록이 / 그런 건 없었고 그냥 저는 시간 속에 나를 풍덩 넣었어요. 그리고 아이한테 말하지 않고 저 혼자 생각한 게 ‘시간이 지나도 얘가 변하지 않는다면 얘는 이렇게 태어난 게 내 잘못일 수도 있어’ ‘내 책임일 수도 있어’ 그러다가 이것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존엄한 인간성이 있는 것이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 행복해질 수 있는 권리를 부모가 막을 순 없을 것이다. 변하지 않는다면 인정해주고 힘을 실어줘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이제 그 모임을 몇 번 하다 보니까 엄마들이랑 공유가 되잖아요. 서로 고생했던 거, 힘들었던 거. 그러면서 이제 자녀들과 차츰차츰 소통도 되고 얘기도 되고 그런 과정이 다 있잖아요. 그래서 몇 번 참석하고 나서 아이한테 직접적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집에 들어와서 이렇게 얘기 했어요. “박장군아, 미안해. 엄마가 네가 그렇게 힘들어했을 시간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고 한 달, 두 달, 일 년이 아니었을 거라 생각해.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네가 얼마나 힘들었겠니. 그 누가 이해를 못해줘도 엄마는 이해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을 했어. 지금도 잘해왔으니까 잘하고 혹시라도 네가 생각이 좀 바뀌면, 바뀌지 않아도 괜찮아. 근데 바꾸면 그때 또 얘기하자. 엄마가 미안해.” 그 얘기가 아이한테는 좀 힘이 됐을 거예요. 그러고 나서 너무 답답한데 애 아빠한텐 얘기 못하고 누구한테 얘기 못하고. 내가 얼굴빛이 어두우니까 박장군 밑에 남동생이 있는데 애가 물어봐요. “엄마 무슨 일 있어요?” “아냐 피곤해서 그래.” 이렇게 넘기고 있다가 아이한텐 애기를 해야 되겠더라고. 누나에 대해서. “누나가 이런 이런 상황이야. 그런데 처음엔 엄마가 굉장히 안 좋은 쪽으로 생각을 하고 그랬는데 생각해보니까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 그래서 누나를 이해하기로 했는데 엄마는 되게 속상한데 어떡하겠니. 그렇게 태어나서. 네가 이렇게 태어나서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 그런 환경이라면 누구도 막을 수 없잖아. 엄마라도 속상하긴 한데. 시간이 변해도 누나가 변하지 않는다면 엄마는 그냥 누나를 놔줄래.” 그러니까 우리 둘째가 그러는 거예요. “엄마, 누나 인생은 누나 인생이에요. 대신 살아줄 수 없는 거예요. 누구도. 그냥 누나한테 맡겨요. 그리고 엄마는 엄마 인생 살잖아. 누나는 누나 인생 살고. 나도 내 인생 사는 거지.” 아들 말은, 가족은 걱정해주는 울타리 역할을 해주고 같이 밥 먹고 차 마시고 그런 가족 관계이지만 다 개체라는 거잖아. 개개인이라는 거잖아요. 많이 컸더라고요. 애들이 다 어리다고만 생각이 들었는데. 부모들은 다 그런가봐. 그런데 말을 들어보니까 많이 컸더라고. 내가 어린애라고 생각했었구나. 힘들 때 어깨도 빌려줄 줄 아는 애들이 벌써 됐구나. 그러면서 흔쾌하게 누나 잘했어 라기보다는 누나가 그렇게 결정하면 그냥 누나 이해하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면서 마음을 그때 정리를 했어요.
오소리 / 그럼 이제는 아예 놔주신 거예요?
초록이 / 놔줬는데, 여기서 이제 활동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를 듣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솔직히 여기엔 (가슴에) 아직도 앙금이 요만큼 남아있어서 안 나가는데, 얘를 내보내는 연습을 해야 될 거 같아.
오소리 / 아드님과 박장군님은 잘 지내고 있나요?
초록이 / 걔네들은 친구처럼 막 이렇게 지내다가도 서로 오기 부리고 서로 먼 나라 친구처럼 지낼 때도 있고 그래요. 뭐 서로 싸우고 너니 뭐니 얘기하고 나이차가 별로 없다 보니까.
오소리 / 그럼 아드님 말고 다른 분에겐 아직 얘기하지 않으셨나요?
초록이 / 없어요. 근데 그것도 어느 날 갑자기 확 봇물을 쏟아 붓듯이 하는 게 아니고 점차적으로 단계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아이가 커밍아웃을 한지 아직 2년도 안되고 했으니까, 내 마음이 다 정비가 되고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좀 걸렸으니까. 이제 엄마가 바로서서 전체적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이 주변에 얘기할 수 있고, 생각을 달리 긍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내 역할이 그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오소리 / 아버님도 아직 모르시고요?
초록이 / 네 아직 모르구요.
오소리 / 나중에라도 얘기할 생각 있으세요?
초록이 / 얘기를 해야죠. 전 그거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을 하거든요. 어떻게 커밍아웃을 하고 어떻게 얘기를 해야 이해의 폭을 넓힐까. 그게 숙제에요.
오소리 / 아버님은 잘 받아들일 거 같으세요?
초록이 / 지금 생각은 좀 아닐 거 같은데 시대가 바뀌었으니까 많은 정보 수집해서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다.” 이러면서 얘기를 해야겠지요.
오소리 / 왜 잘 안 받아들일 거 같으세요?
초록이 / 너무 기성세대들이 갖는 그런 게 많이 있잖아요. 고정관념. 자기가 정해진 룰에서 벗어나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그런 거 때문에.
오소리 / 전문가나 다른 사람에게 상담을 받아 본 적은 있나요?
초록이 / 아니요. 그런 건 없고요. 제가 스마트폰을 열어 놓고 마음정리를 했어요. 성소수자들에 대한 그 고통분담 있잖아요. 이거는 개인적인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아요. 국가도 감싸 안아줘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 자신의 성정체성 때문에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껴안아주고 안아줄 수 있는 사회의 따뜻한 시선도 있어야 할 것이고. 그리고 주변에 친구들이나 지인들이나 선후배 그런 관계에서도 어떤 정책적인 틀이 만들어진다면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자리매김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들고.
오소리 /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셨단 말씀이지요? 어떤 걸 검색해보셨나요?
초록이 / 그 삶에 대해서. 그 삶의 방향에 대해서. 질적인 그 삶의 지표. 그리고 개인이 누릴 수 있는 만족감, 행복감 그리고 뒤로 퇴보하면서 딱 정해놓고 난 여기까지야 라기보다는 더 활동적이고 기쁘게 활동할 수도 있고 사회생활도 더 행복하게, 나 자신을 개발할 수 있는 그런 게 있다면 너무 좋을 거 같아서. 그렇게 어둠 속에서만 있지 말고 일단은 표출을 해서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밝은 곳으로. 이건 죄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모르는 사람들은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안 좋은 쪽으로 치부해버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쟁이들처럼. 특히 그 종교계에 있는 사람들처럼 성경에 나와 있는 어떤 한 구절가지고 그렇게 치부해버리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할 거 같고. 또 부모모임이 이렇게 활성화가 되면서 이제 살아도 아무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그 정도가 됐으면 너무 좋겠다는, 그게 제 바람이에요. 사실은.
오소리 / 검색 하셨을 때, 그렇게 좋은 얘기만 나왔나요?
초록이 / 아니죠.
오소리 / 어떤 얘기가 나왔나요?
초록이 / 그러니까 얼마 전에 그런 걸 봤는데, 보셨을지 모르게겠지만 깜짝 놀랐어요. 자기가 의사인데 에이즈 관련 자료를 교회에서 발표를 하는 거야. 성소수자들을 무조건 막아야한다. 내 아이들을 지켜야한다 면서 아주 거침없이 얘기를 하는 걸 보고,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저렇게 알고 있구나. 한 인격체로서 생각을 하려고도 하지 않고 내몰아서 그냥 치부해버리는. 그런데 사람들은 그 사람이 교회에서 그렇게 얘기하면 그것만 알게 되잖아요. 그 내면의, 개인의 그런걸 알려고 하지도 않고.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나는 그거에 대해서 좀 궁금증이 있어요. 사실은. 그래서 엄마들 모이면 내가 그거에 대해서 좀 물어보려고 그래.
오소리 /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좋다고 생각하세요?
초록이 / 그러니까 성소수자들이 주변에 많이 있는데 커밍아웃을 안 하고 말을 안 할 뿐이지, 그 반대하고 난리를 치는 사람 옆에도 있을 수 있거든요. 뒤에도 있을 수 있고, 자기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지인일수도 있단 말이에요. 그럼 예를 들어 자기 자녀가 그런 상황에 놓여있어도 그렇게 얘기를 할까. 그러면 그 전문가라는 사람이 얘에 대해서, 성정체성에 대해서 왜 그렇게 돼야 했는지 알아볼 거 아니에요. 전문가니까 더 빠르겠죠. 그러면 “아 내가 알고 있는 부분은 일부분이구나.” 모든 걸 통틀고 아울러서 검토를 해보고 그거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건 다르겠죠. 난 그런 사람들이 이런 성소수자들에 대해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 단체가 필요한 것이고, 정치만 개혁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도 종교도 뭐든지 개혁이 돼야 되고 좀 변해야 할 거 같고. 지금 어찌 보면 시기상조인거 같은데 그게 정착화 되는 데는 수많은 모진 풍파가 있겠지만, 그거를 뛰어넘어야만 이루고자 하는 게 나타나지 않을까. 지금은 밑에서 기초돌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게 잎이 무성하게 되면서, 정말 행복한, 그런 생활을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좀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소리 / 공부를 많이 하셨던 거 같아요. 스마트폰 검색이나, 더 공부 해야겠다는 말씀도 하셨고. 그렇게 궁금한 게 있거나 공부를 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때 박장군님한테 물어보신 적 있으세요?
초록이 / 아직은 없어요. 아직 내 스스로가 알고 싶고, 물어보고 싶은 건 그런 거예요. 동성끼리는 성생활을 어떻게 하나 궁금한데, 우리 아이한테 단도직입적으로 물을 수가 없어요. 근데 그게 진짜로 궁금해요. 그래서 내가 인터넷에서 찾아봤어요. 그 성소수자라고 밝힌 어떤 사회 저명인사인데 그 사람이 성인용품 샵을 카페 모퉁이에 차렸더라고요. 일반인들도 사용할 수 있는 너무 예쁘고 아기자기하고 그런 것들을. 예전에는 상상도 못하잖아요. 시대가 너무 달라져 있는데 우리 세대에서는 모르는 거예요. 이해조차 못하는 거예요. 어떻게 저런 게 있을 수 있어? 하고. 근데 생물학적으로 어떤 물리 기구를 이용해서라도 만족할 수 있고 스릴을 느낄 수 있고 쾌감을 느낄 수 있고 그러면 그게 좋은 게 아닌가, 그렇잖아요. 나 혼자 기분이 우울해서 아 이게 뭐야 그렇게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스킨십도 해주고 그러면 사랑이 마음에 들어오면서, 스펀지가 물을 흡입하듯이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고 그 지수가 생기잖아요.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오소리 / 어떤 부모자식관계라도 성생활에 대해서 그렇게 대놓고 얘기하는 집안은 별로 없을 거 같아요. 성생활 말고는 박장군님에게 더 궁금하신 건 없으세요?
초록이 / 얘기하고 싶은 건, “넌 남자보다 여자가 어떤 면에서 좋으니?” 난 그거를 물어보고 싶어 구체적으로. “엄마는 남자가 좋던데 너는 왜 남자 좋아하는 엄마 보면서 태어났는데, 남자는 싫고 왜 여자가 좋으니?” “그 계기가 어느 때 어떻게 해서 그렇게 결정하게 됐니?” 나는 그거를 묻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은 아니라도 나중에 술 한잔 하면서 얘기를 좀 묻고 싶어요.
오소리 / 지금은 왜 안 물어 보세요?
초록이 / 지금은 좀 쑥스러워요. 자식이래도 좀 쑥스러워서. 지난번에 “시간되면 우리 고궁 나들이 좀 해보자.” “엄마는 역사를 좋아하고 너도 좋아하고 하니까.” 얘기를 했는데, 시간이 없어요. 일요일에도 뭐 회의 있다, 토요일은 뭐 어디 가서 성소수자 아이들한테 국수 삶아주고, 뭐 해주고 한 대요. “알았어. 패스.” 이렇게 날씨도 좋고 할 때 좀 거닐면서 그런 때 자연스럽게 얘기도 하고 싶은데. 생물학적인 얘기를 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재미있니? 그게 좋으니?” 하고 물어보고 싶어요. 그럼 아이도 나한테 거기에 대해서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고. 그럼 내 궁금증에 대해 “아 그랬구나.”라고 이해를 하겠고. 나는 그거를 아직 이해 못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거를 영화화 한 게 있다면서요. 그래서 나중에 시간 내서 보려고요, 그걸.
4. 화해/해소
오소리 / 커밍아웃 이후 두 분의 관계가 변했나요? 더 나빠졌다거나 더 좋아졌다거나.
초록이 / 저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로 했으니까. 제가 우리 애 사는 데로 오늘도 왔어요. 오늘 와서 설거지라도 좀 해주고 밑반찬이라도 좀 해주고. 예전엔 그러지 않았어요. 커밍아웃 하고나서 이제 문자도 서로 주고받고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집에 와요. 우리 아이 집에 와서 청소도 좀 해주고 우리 아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엄마가 왔다갔다는 점하나만 찍어도 ‘아 나는 우리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있구나.’ 아무리 성인이라도 나이가 들어서 노인이 되더라도 누군가 나를 사랑해준다는 그런 거만 있으며 더 건강해지고 아프지도 않고 아팠다가도 병원에 안가도 치유가 된다 하잖아요. 그게 사랑이잖아요. 힘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고통 속에 있었고 웃지만 웃는 게 아니었고. 정말 너무 힘들었을 그 시간을 어떤 면에서 보상이라면 좀 그렇지만, 그래도 자꾸 엄마가 와서 들여다 봐주고, 그런 활동을 하면서 “그래 잘하고 있어.” 라고 해야 내 마음이 편하고. ‘아 우리 엄마가 예전보다는 나한테 많은 관심을 가지는구나.’ 라고 생각할거에요. 그래서 예전보다 관계는 좋아졌다고 할 수 있어요.
오소리 / 초록이님이 노력을 많이 하신 거 같아요.
초록이 / 저는 노력을 하는 거보다도 사랑인 거 같아요. 왜냐면 우리 아이가 어떤 쾌락이나 자기의 어떤 얼토당토않은, 정형화된 곳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뚱딴지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자기도 힘들었으니까.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에 자기도 너무 힘든 부분이잖아요. 그렇지만 그런 상황에서 정말로 더 행복해질 수 있기를 바라요. 이건 선택할 수가 없는 부분이잖아요. 그래서 아직도 마음속으로는 속상하기도 하고, 좀 예쁘게 하고, 남자친구 만나서 예쁜 결혼생활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일반적인 생각인데, 우리 아이가 커밍아웃 하고나서 냉정하게 생각해보는 게 뭐냐면, 부모가 원하는 결혼을 할 수도 있고 자식이 원하는 결혼을 할 수도 있고, 또 원하지 않는데 부모의 그 말 때문에 선택을 잘못해서 일이년 살다가 헤어질 수도 있는 거고. 얼마든지 헤어지잖아요. 자기랑 생각이 안 맞으면. 거기서 서로 미워하고 한 테두리 안에서 사느니. 나와서 가끔씩 생각해주는 친구사이가 되면 그나마 다행이에요. 근데 그렇지 않잖아요. 그럴 바에는 좋아하는 동성하고 재미나게 살면, 그것도 좋은 거잖아요. 그렇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주변에 보면, 물질 만능주의가 되다보니까 나는 상대방을 전혀 원하지 않는데 그 돈의 굴레 속에 들어가. 남 보기에는 행복해보여. 그렇지만 ‘나란 뭔가?’ 나 찾기에 급급해가지고 자녀를 태어 낳게 해놓고서는 헤어지고, 그러면 결과적으론 한 가정이 깨지면서 원하진 않았는데 처음에 결정을 잘못했기 때문에 아이도 책임을 못 지고 가정도 해체되고. 그리고 뭐 생물학적으로도 결혼하면 아이를 낳아야 되는 그런 상황. 이건 틀에 박힌 생각이잖아요. 정형화된 어떤 그 모델 속에 들어가잖아요. 그렇지만 내가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고. 성소수자도 마찬가지에요. 꼭 정해진 것처럼, 그게 아닌데 내 생활은 내가 다른 곳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면 과감하게 용기를 가지고 커밍아웃 해야 하지 않나. 그래야 내가 바로 설 수 있고 자신감 있게 살아가지 않나 싶어요.
오소리 / 평소에 박장군님과 성소수자를 주제로 얘기를 하시나요?
초록이 / 잘 못해요. 만날 시간이 없어요. 시간 좀 내라고 얘기 좀 해주세요.
오소리 / 네. 알겠습니다. (웃음) 두 분이서 여행도 가세요?
초록이 / 그랬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가 그러더라고요. “엄마 나중에 나랑 같이 여행가.” 그래서 지금 제 목표가 그거에요. 우리 아이하고 재미난 곳으로 여행가는 거. 저는 여행을 좋아하거든요. 여행을 좋아하는데 우리 아이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남남 아닌 남남이 된 거 같아요. 시험 공부하느라 바쁘니까 맨날 늦게 오고, 저도 일하느라 바쁘고. 그냥 이제 학원비, 간식비만 대주고 그런 격인 거예요. 그래서 집안에서 흔히 딸하고 엄마하고 막 싸우고 막 큰소리, 고성이 오가고 나중에 “어, 미안해.” 이런 아기자기한 그런 게 전혀 없어요. 그게 너무 아쉽고. 초등학교 다닐 때, 중학교 다닐 때 아이하고 더 치고 박고 할 걸. 사랑의 몽둥이로 때리고 좀 할 걸. 그래서 그런 추억이 너무 없나 싶어요. 중학교 3학년 때, 고입 전에 시간이 좀 있잖아요. 텀이. 그래서 “너 여행하고 와라.” 배낭하나 들려가지고 내보냈거든요. 그랬더니 돌아다니면서 얘가 많이 느끼고 배우고 그때부터 시작해서 여행을 많이 하더라고요. 뭐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로. 그래서 애가 생각의 폭이 넓어요. 그래서 그런 여행이 참 좋은 거구나.
오소리 / 커밍아웃 이후에 두 분이서 여행 가신 적은 아직까지 없으신 거죠?
초록이 / 없어요. 꼭 가면 좋겠어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5. 부모모임
오소리 / 부모모임 첫 방문과 두 번째 방문 사이에 텀이 굉장히 길었는데, 그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요?
초록이 / 다른 엄마들하고 만나서 얘기도 좀 하고. 어떻게 하는 게 엄마로서 실수하지 않는 건지. 내 마음이 편해야만 아이도 편할 건데, 그래야 말도 부드럽게 할 수 있는 거고. 부모님들하고 만나서 공유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혼자 있다 보면 내 생각, 내 아집에 들어가는 거예요. 내가 찾는 곳에서 벗어나지 않고 ‘아니야 이건 잘못 됐어.’ 이럴 때 그 모임에 나가면 봇물 터지듯 터지면서 더 마음이 편해지고. 이게 정보 교환이고, 그러다 보니까 똑같은 상황에 있는 엄마들끼리 공감할 수 있는 부분, 이해의 폭이 넓어지니까 마음이 편해지고 그래서 그런 조직에 들어가서 빠져나오지 않고 같이 힘을 쓰는 것도 좋은 거 같아요.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오소리 / 한참 뒤에 부모모임에 방문 했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초록이 / 어떤 새로 온 엄마들이 와서 고민을 말을 할까, 그 분들은 어떻게 헤쳐 나갈까, 그리고 그 분들이 생각하는 거를 좀 알고 싶었어요. 대처방안에 대해서도 또 알고 싶었고. 나는 이해하고 다 수용한다 했지만 다른 엄마들은 어떨까, 한 가지 방법이 아니고 다른 방법이 있으면 그 방법을 배워서 나 스스로가 좀 마음이 편했으면 하는 게 있어요. 모임에 나가서 한 번 만나고 두 번 만나면 이제 좀 친해지더라고요. 그러면 이제 내가 궁금했던 거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던 거도 물어보고 싶어요. 아직은 좀 그런 부분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싶은 게, 좀 고민을 더하고 엄마들 모이면 엄마들에게 좀 물어 보려고요.
오소리 / 모임에 처음 나가셨다가, 박장군님에게 미안하다며 전화를 했다고 하셨잖아요. 바로 하신건가요?
초록이 / 조금 지나고 나서.
오소리 / 얼마나 지나고 나서요?
초록이 / 한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서. 일주일 동안 생각을 했어요. 왜냐면 거기에 가서 다른 엄마들이 얘기하는 걸 보고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대처했던 방법들, 눈물 흘렸던 거, 가슴 아팠던 거 그런 거를 다 쓸어내리면서, 내 아이와 친해지기까지 남이 주는 상처, 내가 스스로 받는 상처 그런 거를 해결하는 방안들 있잖아요. 그런 거를 들으면서 저도 좀 느낀 거죠. 느껴서 너무 미안한 거예요. 내 아이한테. 얼마나 귀한 자식인데 내가 얘를 이렇게 방치했구나. 감정에서 너무 방치했구나. 교류가 전혀 없었고 따뜻한 말 한마디 따듯한 시선 한 번 주지 못했구나. 그래서 그게 너무 미안했어요. 사실은. 딸을 항상 믿었고, 강하고 혼자서 잘해왔으니까 앞으로도 혼자서 잘할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강하면 부러지잖아요. 그 내면의 그 아픈 여린 그런 거를 좀 보듬어주고 싶었고 그래서 전화를 했더니 “엄마 나는 그래도 다른 사람들 보다는 좀 덜 힘들었어.” 그러더라고요. 그게 엄마를 위로하고자 하는 말일수도 있고 또 성격이 그러다 보니까 낙천적으로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고 라고 두 가지로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엄마 나 어떤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어.” 그런 얘기도 하고 있고 이제는 친구하고 찍었던 사진, 그런 것도 스스럼없이 얘기하고 볼 수 있고. 한 번은 집에 밑반찬을 만들어서 왔는데 비밀번호를 가르쳐 달라 했더니 안 가르쳐 주는 거예요. 그래서 섭섭하기도 하고, 나도 사실은 바로 가야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경비실에 그걸 맡기고 가면서 ‘이게 뭐야. 내가 이 정도밖에 대접을 못 받는 거야.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이런 생각 누구든 하잖아요. 그런데 섭섭하면서도 등골에 얼음 하나가 딱 올려 졌다가 사르르 녹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나중에 얘기를 하더라고요. 커밍아웃을 했더라도 자기 친구하고 재미나게 찍은 사진, 그 여러 가지 추억이 벽에 장식이 되어있는데 엄마가 와서 그걸 보면 또 2차적으로 어떻게 생각을 할까 그것 때문에 좀 두려웠대요. 그래서 미적미적 했다고 나중에 얘기를 하는 거예요.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 얘기 할 때 웃으며 말을 했어요. 지금은 뭐 다 오픈됐으니까 숨길 것도 없고 보여줄 것도 다 보여주고 지금은 편하죠.
오소리 / 만약 그 때 혼자 들어가서 사진을 봤다면 어떠셨을 거 같아요?
초록이 / 또 충격이었겠죠. 부모모임에 나가서 그 얘기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아이한테 들은 거예요. 일대일로 들은 게 아니라. 그런 얘기가 있었는데 엄마가 그렇게 생각할까봐 안 가르쳐주고 바로 돌아가길 바랐다고 하는 거를. 그러면서 이제 오해가 풀린 거죠. 대화가 됐으니까 다음에 집에 와도 다 이해를 하잖아요. 말 못할 것은 없어요. 그래서 지금은 사이가 아주 좋구요. 요만큼 아쉬운 건, 그것도 내 고정관념일지 모르겠지만 한 남자의 따뜻한 사랑을 받으면서 행복을 느끼는 그런 거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반신반의 하면서 또 생각을 정리를 한 게, 꼭 이성한테 그런 사랑을 받는 거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한테 서로 사랑하면서 예쁘게 살아가는 모습이 더 행복하다면 나는 권한이 없는 거예요. 내 아이가 행복한 쪽으로 바라봐줘야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내 생각인거에요. 그러니까 그런 거 같아. 얘기를 하고 받아 수용하고 그러면서 단계, 단계 가면서 문득문득 브레이크가 걸리듯이 이 생각의 브레이크가 걸리는 거야. 당장은 모든 게 매끄럽게 되진 않더라도 점차적으로 부딪히면서 이해하면서 그러면서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오소리 / 사진을 봤다면 충격일거라 하셨는데 왜 충격일거 같으세요?
초록이 / 나중에 사진을 봤는데 동성끼리의 그 스킨십이 너무 행복해보이고, 내가 인생을 살면서 알게 된 이성한테 사랑을 받았을 때, 스킨십을 했을 때 느끼는 어떤 표정이 동성사이에도, 오히려 그게 그 이상으로 나타나는 거에 대해 너무 놀랐어요.
오소리 / 아 놀라움이었군요.
초록이 / 네. 너무 예쁜 모습. 너무 행복해 하는 모습. 우리 기성세대가 생각할 때는 남편의 사랑을 받았을 때 그런 표정이 나오는데, 우리 아이는 동성 친구가 그랬을 때 그런 표정 그 이상이 나오는 거예요. 사진마다 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오소리 / 정기모임 나왔을 때도 그러셨고, 지금도 미안하단 말을 자주 하셨는데, 왜 미안한 마음이 드셨어요?
초록이 / 아이가 더 빨리 커밍아웃하고 싶었을 텐데, 적기에 좀 지원해주지 못한 것도 그렇고 여러 가지죠. 물질적으로도 많이 뒷받침 해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못했고. 그래서 내가 미안하다 했어요. 그랬더니 “엄마, 아니야. 다른 친구들보다 나는 혜택을 너무 많이 받고 자랐어.” 이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생각해주는 게 너무 고맙고. “아니야, 엄마 멋있어. 다른 엄마들 그렇게 안했어. 근데 엄마는 할 만큼 다 했어.” 그 얘기 들으니까 너무 감동이었죠. 그렇게 이해를 하고 있었구나.
오소리 / 부모모임 오셨을 때 얘기를 조금 해주셨는데요. 부모모임 오시고 나서 도움이 되던가요?
초록이 / 네 도움이 됐어요.
오소리 / 어떤 점이 도움이 되던가요?
초록이 / 서로 똑같은 처지에 있다 보니까 공감할 수 있고 내가 이해 못했던 것도 폭넓게 안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고 마음이 편해지는 거, 응어리진 가슴이 대화로 풀어지는 거. 그리고 선배들이 먼저 겪었던 거 보면서 ‘아 나는 시행착오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해하게 되고 그랬어요.
오소리 / 박장군님이 모임 바로 직전에 커밍아웃을 한 거잖아요. 커밍아웃을 예전에 미리 하고 부모모임에 와보라고 했다면 와보셨을 거 같아요?
초록이 / 저는 와봤을 거 같아요. 이게 뭔 일인가 하고. 도대체 어떤 조직인가. 알아봐야 하잖아요. 방관할 수 없잖아요.
6. 미래
오소리 / 박장군님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갈 거 같으세요?
초록이 / 걔는 앞으로 공부를 더 할 계획이더라고요. 내가 보니까 얘가 운동을 좋아해요. 태권도를 좋아해요. 근데 우리 아이하고 대화할 시간이 없어서 말은 안했는데 제 생각은 그래요.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또 그게 직업이 돼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보다 바랄 건 없어요. 그러니까 제 생각은 운동 공부를 더 해서 아이들 가르치는 교사로서 그렇게 살아줬으면 좋겠고 그렇게 되면 얘가 너무 행복할 거 같아요. 왜나면 자기가 하고자하고 재미있어하는 일을 하면 그거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제가 우리 아이를 만나면 그거에 대해서 또 얘기를 하겠지만, 집에 가보니까 태권도복이 띠하고 같이 접혀져 있더라고요. 언젠가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하더라고요. 살이 쪄서. 맨날 책상에만 앉아있고 그러니까 운동 부족하고 그러면 살도 찌고 하니까 건강을 위해서 하라 그랬거든요. 그러니까 태권도를 조금 했었나보더라고요. 그래서 그거를 좀 해서 더 실력이 탄탄한 교사가 되고 실력자가 돼서 다른 아이들에게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오소리 /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를 하신 거예요?
초록이 / 네.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활달했고, 아이들을 몰고 다녔어요. 얘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반장 부반장을 꼭해서 학교일을 할 시간이 안 돼도 꼭 학교일을 했어야만 했어요. 그리고 아이가 그걸 좋아했어요. 리더십이 있어요. 그래서 아이가 원하니까 한 거죠.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그랬더니 대학 들어가고 나서도 또 임원 했더라고요. 축제 때 한 번 가봤더니. 성향이 그런 성향이에요. 내성적이고 남 앞에 나서기 주저하고 그랬으면 얘가 더 힘들었겠구나, 그나마 성격이 이만하니까 애가 그래도 잘 매끄럽게 해쳐나갔구나 하면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오소리 /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걱정되는 부분은 없으신가요?
초록이 / 걱정되는 부분은, 자존감이 높은 아이니까 우리 아이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중요하게 생각 안 해요. 그거는 쓸 데 없는 자존심일 뿐이죠. 근데 자존감은 다르잖아요. 그래서 남들한테 그냥 안 좋은 소리를 들어도 무시해버리고 배제해버리고 내가 추구하는 거 이루면서, 남한테 피해주는 거 아니잖아요. 걱정되는 거는 친구끼리 좋을 땐 좋지만 안 좋은 사이가 돼서 서로 등질 수도 있잖아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그런 거는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 일이 있으면 그때는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갔으면 좋겠는데,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그거는 보장을 못하니까. 그런 일이 발생해도 잘 해결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상처 안 받았으면 좋겠어요. 난 그런 거 때문에 상처받을까봐. 너무 모습이 예쁘고 그래서 우리 아이 친구도 너무 예뻐. 예쁘고 다 아이들이 괜찮아. 서로 이렇게 사랑하면서 서로 어깨를 빌려주면서 나란히 예쁜 모습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는데, 근데 어느 날 갑자기 우리 헤어지자 해서 서로 헤어지고 만나지 말았어야 되는 그런 인연까지 되면 얼마나 서로에게 상처일까. 그러면 난 그거로 너무 힘들 거 같아. 그래서 예쁜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오소리 / 친구라고 표현하셨잖아요, 박장군님 애인 말씀하시는 거죠? 계속 친구라고 말씀하시는 건, 아직까지 애인이라고 말하기엔 좀 불편하신 건가요?
초록이 / 아, 아니에요. 그런 건 아닌데. 아직 그 단어가 익숙하지 않아가지고. 그래서 그냥 친구라고 하는 거예요.
오소리 / 박장군님이 애인과 함께 해외로 가서 사실 수도 있고 딴 데 가서 사실수도 있지만, 어쨌든 당분간 한국에서 사실 거잖아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중요할 텐데요.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서, 성소수자 존재에 대해서 어떻게 바뀔 거라고 생각하세요?
초록이 / 예전 같지 않게 이슈가 많이 됐잖아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다보니까 사람들이 다 접하게 되고 알게 되고 단지 내 일이 아니다 보니까 방관 하는 거잖아요.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거는 한번쯤은, 예를 들면 교회에 가서 설교를 하는 목사님이 그런 거에 대해 얘기를 했을 때도 접하게 될 것이고, 주변에 지인이 그런 상황에 있다면 다시 한 번쯤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서 안 좋게 생각했다가도 ‘우리가 잘 몰랐던 것도 있어’ 그러면서 그런 얘기도 오갈 수도 있고. 이해의 폭이 넓어져서 ‘어, 이거 무조건 나쁜 거 아니야.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어.’ 라고 말을 하는 사회로, 그렇게 변했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만 지금 왕성하게 활동을 많이 하고 사회적으로 이름 석 자 대면 알 만한 사람들이 결혼도 하고 그랬잖아요. 그리고 대체적으로 홍석천씨나 하리수씨나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인식은 정착이 됐잖아요. 손가락질도 안하잖아요. 손가락질 받을 일도 아니야,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인데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주고, 정부에서도 조금 신경을 써야 되는 문제가,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살 시도율이 40%가 넘는다고 그랬잖아요. 생명은 귀한 건데. 그 생명을 그렇게 내다 던지고 내동댕이치고. 부모 역할을 하는 정부에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그렇게 되기까지는 단체 활동하는 게 주춧돌이 될 거 같아요. 그래서 시간 속에서 그런 것들이 법제화가 돼서 보호 받을 수 있고 한 인간으로서 누구한테 멸시당하지 않고, 누구한테 안 좋은 소리 들어서 기분 나쁜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평등, 평등하게.
오소리 / 그런 평등한 사회를 위해서 초록이님은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초록이 / 저는 이제 주변에 아는 분들한테, 가족이나 지인들한테 얘기를 해야죠. 얘기를 하고 우리 아이에 대해서 내가 굉장히 오해를 많이 했고, 내가 얼마나 무지해서 아이를 힘들게 했었는지부터 시작해서 얘기를 할 거에요. 가족들한테. 왜냐면 당연히 그렇게 애기를 해야 되고 모르는 사람들한테 알려야 된다고 생각해요.
오소리 / 아까 자녀분이 사랑에 있어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그 부분은 다른 이성애자들한테도 똑같은 거 같아요. 그 외에 박장군님이 성소수자라서 걱정되는 부분은 없으신 건가요?
초록이 / 네 그런 부분 외엔 없어요. 나는 우리아이가 너무 좋은 성격을 가지고 태어나줘서 고맙고 사랑스럽고 든든해요. 진짜 아들처럼. 그래서 미안한 마음도 있고.
오소리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은?
초록이 / 음. 사람은 누구나 다 자기 존재 가치에 대해서 생각을 해요. 그런데 남한테 보여주기 위한 액션은 내가 아니잖아요. 그죠. 내 자아를 찾으면서 남 의식 안하고 살 권리가 있어요.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어요. 존중하지는 못해도, 인정하지는 못해도, 어떤 자격으로도 비난을 할 이유는 하나도 없어요. 사람들한테 그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 아이를 정말로 사랑하고요. 어쩔 때는 언니 같고, 오빠 같고, 우리 친정엄마 같고 그래요. 그런데 너무 감정의 스킨십이 없다 보니까 서로 바쁘고, 떨어져 있어야만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까 서로 마음을 촉촉하게 보듬지는 못했어요. 그냥 갈바람이 사이사이를 메마르게 했는데, 이 계기를 통해서 조금 더 가까워지려고 저도 더 노력하고, 우리 아이도 마음이 좀 더 편해져서 사회생활 왕성히 했으면 좋겠고,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진짜 용기 있게 앞으로 나아가고, 사회 이념을 박차고 나가서 얘가 선두주자가 돼서 이끌어가는 선구자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성소수자를 대변할 수 있는 대변자 역할도 해주면서 인정받는 우리아이가 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