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동성애자 아들을 둔 부모이고 온가족이 가톨릭신자입니다. 12년 전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성소수자에 대해 무지한 엄마였습니다.

그 후 용기 내어 성소수자 인권단체를 찾았고, 그곳에서 수많은 성소수자들을 직접 만나보고, 제대로 알고 나니, 제 안에 자리잡고 있었던 오해와 편견이 부끄러워지고, 이제는 내 아이가 성소수자인 것을 걱정하는게 아니라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세상에서 성소수자가 모든 사람과 똑같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뿐입니다.

 

인권은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베푸신 큰 은혜이고 사랑이라 생각합니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는, 우리 인간들이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가운데 주어지는 큰 축복이라 믿습니다. 그런데 그런 소중한 인권이 누군가에게는 존재를 걸고 싸워야 겨우 찾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교회는 사랑과 환대의 공동체이고, 지켜야할 가장 큰 덕목은 조건 없는 사랑의 실천이라고 배웠습니다. 성소수자들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 왔습니다. 세상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성소수자들의 삶을 재단하고 이웃과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는 공동체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혐오의 말을 합니다. 있는 존재를 부정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성소수자와 가족은 혐오의 말을 들으면 몸이 크게 다쳐서 아픈 것과 똑같은 통증을 매일 느낍니다. 지금도 벽장 안에서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성소수자들이 많습니다. 교회가 그들이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다리가 되어 주십시오. 교회가 성소수자들에게 우정과 환대의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 성소수자들도 교회공동체의 일원으로 사랑 받으며 신앙생활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성소수자로 태어나 세상의 혐오와 차별을 견디지 못해 생을 마감한 이들도 많습니다. 먼저 간 영혼들의 간절한 바램도 차별을 하지 말아달라는 것입니다. 어린나이에 피어나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 동성애자인 육우당(윤현석 안토니오 18 ) 시인인 소년의 절규를 들어 보십시오. [ 현실 ] 소돔과고모라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는 이야기/가식적인 십자가를 쥐고, 목사들은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우리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있는 힘껏 발악하고/만일 우리가 떨어진다면, 예수님이 구해 주시겠지.(2003년) 이 어린소년의 비통한 절규를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고, 또 죄송할 뿐입니다. 성소수자의 부모는 특혜를 바라는게 아니라, 성소수자도 그 가정의 하느님이 창조한 귀한 자식들이니, 차별만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것입니다.

 

교회 지도자 여러분, 성소수자도 모든 이들과 함께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제는 교회가 마음을 열고 헌법적 차원의 권리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적극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성소수자의 부모 하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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