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치에 희망이 있다 말하려면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차별의 일상을 살아가는 대다수 시민들에게 선거기간은 구조적 차별을 실감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더욱 확연해진 불평등에 대해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돌봄이 방치된 장애인과 노인, 돌봄을 떠안아야 했던 여성과 노동자, 일자리를 잃고 생계에 허덕였던 사람들, 사회를 떠받치느라 과로를 강요당했던 사람들, 혐오의 표적이 되었던 성소수자와 이주민… 거대양당은 한국사회에 마치 차별받는 사람들은 없다는 듯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정책과 공약도 초라한 수준이었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 후보는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등의 발언으로 반페미니즘 선동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 현실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었다. 대선 결과가 확인된 오늘, 기대할 미래를 확인하기 어려운 우리는 정치의 실패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기간 표 계산에 급급한 거대양당은 한국사회의 위기에 대한 분석과 변화의 과제에 대한 토론을 보여주지 못했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가 드러낸 거대한 불평등, 일하는 사람의 존엄을 짓밟는 사회,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변화하는 국제질서와 평화의 조건 등 우리 앞에 놓인 대전환의 과제는 그대로 남아있다. 윤석열 당선자와 이재명 후보의 득표 차이가 역대 최소라는 사실은 거대양당이 내세운 국정 방향 어느쪽도 국민들로부터 충분한 지지와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특히나 선거기간 거대양당이 자신에 대한 신뢰보다 상대에 대한 불신을 조직하는 행태는 깊은 우려를 낳았다. 새 정부 출범을 준비하는 기간은 한국사회가 직면한 여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누구도 혼자 남겨두지 않겠다는 평등의 약속인 차별금지법 제정이 그 출발선이다.

위기와 대전환의 과제에 응답하지 못해온 정치에 대한 실망과 반감도 여실히 확인된 선거였다. 거대양당도 이를 모르지 않는 듯 정치개혁 과제를 약속하기도 했다. 우리는 정치의 실패가 단순히 제도의 미비에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국사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혐오가 확산되어왔으며 정치인들의 혐오발언은 이를 강화해왔다. 성소수자, 여성, 지방대생, 비정규직 노동자, 노인, 청소년 가릴 것 없이 혐오의 표적이 되었다. 수많은 시민들이 비가시화되는 동안 민주주의가 무너져왔다. 선거 기간 윤석열 후보가 쏟아낸 발언들은 혐오를 조장하고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금 우리는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한다. 혐오에 편승하거나 증오를 선동하는 정치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거대양당은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다른 정치를 약속해야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21대 국회의 책무다. 선거기간 방치되었던 국회가 시급히 열려야 한다.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여전히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차별금지법도 못 만드는 정당,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는데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에 대한 실망이 이번 선거 결과로 이어졌음을 더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한다. 이제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차별금지법이 자유를 침해한다며 왜곡하거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철 지난 소리를 반복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차별금지법은 헌법상 평등권의 실현을 위한 기본법으로서 헌법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과제로 자임해 마땅한 법이다.

이제 인수위를 구성하고 다음 정부를 준비하는 두 달의 시간이 이어질 것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다음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하루하루 차별의 일상에서도 서로를 일으켜세우고 돌보며 평등을 길어올리는 시민들이 희망이다. 희망에 응답하기는커녕 절망만을 강요했던 정치에 다시 희망이 있다 말하려면,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2022년 3월 10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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