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하늘엄마

하늘엄마

하늘엄마님은 서른세 살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입니다. 7년 전 아들이 게이임을 알게 됐는데, 힘들어하던 아들을 위해 아픈 마음은 꽁꽁 숨긴 채 한강에서 혼자 목 놓아 우셨다고 해요. 7년 전만 해도 성소수자의 부모들을 찾을 수 없어 혼자 힘들어 했다는 하늘엄마님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부모가 있다면 먼 곳이라도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남자 둘이서만 사는 아들네가 음식을 잘못해서 자주 사 먹는 것이 제일 큰 불만이며 아울러 요리에 관심 많은 남자로 변신하길 바란다고….

인터뷰 한 사람 / 바람, 지인

인터뷰 한 날짜 / 2015.09.12

“부모모임이 여러분 뒤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이 시간에도 힘들어 하시는 분께 응원의 박수를 보내니 열심히 사시길 부탁드리고, 곧 좋은 세상이 올 것을 기대하며 화이팅 했으면 좋겠어요.”

1. 커밍아웃 이전

바람 / 자녀분이 성소수자인 걸 알기 전에 성소수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해요. 홍석천이나 하리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하늘엄마 / 그냥 홍석천이나 하리수는 연예인으로만 생각했어요. 성소수자라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막 싫다거나 좋다거나 그런 것도 없었고 그냥 그랬어요. 연예인이고 나와 관계없는 사람이니까. 그냥 그랬죠.

바람 / 자녀분이 어릴 땐 어땠나요? 지금 돌아보면 신호나 힌트 같은 걸로 생각되는 게 있으신가요?

하늘엄마 / 뭐 신호나 힌트나 이런 걸 저는 여기서 다른 성소수자 분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그 분들은 무수히 부모님한테 수시로 힌트를 줬대요. 근데 부모는 몰라요. 정확하게 말해주기 전에는 전혀 모르고, 머릿속에 성소수자나 이런 생각 자체가 없어요. 아예 머릿속에 없으니까 힌트를 준대도 뭘 알겠어요? 그 당시엔 전혀 몰랐고 다 지금 되돌아보고 아는 거죠. 우리 애는 참 여자애들하고 잘 놀았어요.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많았어요. 그리고 성당에 다닐 때 재롱 찬지를 하면 교리 선생님들이 꼭 우리 애를 여자애들 속에 맨 앞 한가운데 세워 율동을 하면 그걸 보러온 방청석의 부모님들은 여자아이를 보는 게 아니라 다 우리 아들만 보는 거예요. 춤추는 제스쳐라든지 표정이라든지. 그런 거에 교리 선생님도 완전히 얘한테 푹 빠져서 제가 봐도 푹 빠지게끔 하더라고요. 분위기도 그렇고 한번 살짝 웃어 준다거나. 그리고 얘 위로 누나가 있는데 다들 “누구엄마” 부를 때 큰애 이름에 엄마를 붙인 게 제 이름이 되잖아요? 근데 우리 아들을 본 사람들은 다들 작은애 이름을 붙여서 부르더라구요. 그리고 공부도 이 녀석이 더 잘하고 오히려 누나가 치이면 어떡하나 조심스러웠어요. 아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건 전혀 없었어요. 남들 배려 잘하고 총명하고 선생님들도 부러워하는 자랑스러운 아들이었어요.

지인 / 여성스러웠다거나 그런 건 없었나요?

하늘엄마 / 누나 친구들이랑 잘 놀았어요. 아파트 같은 라인에 누나하고 친구인 자매는 지금도 아들과 친해요. 누나보다 더 가까워요. 그리고 소꿉장난 이런 거는 뭐… 기본적으로 잘 했어요. 가끔 여자 옷 입혀 놓으면 참 예쁘더라고요. 자기도 좋다고 잘 입고 애교부리고 사진도 찍은 것 보면 표정이 살아 있어요. (웃음) 그래서 난 예술성이 풍부한 애인가보다라고 생각했죠.

2. 커밍아웃/아웃팅

바람 / 자녀가 성소수자인 걸 알게 되신 과정이 궁금해요.

하늘엄마 / 이건 제가 가슴이 아프고 슬픈 일이에요. 애가 대학교 4학년 끝날 때쯤에, 우리 애가 자기 같은 과에 친구를, 이성애자를 짝사랑 했던 거죠. 그 애도 우리 애하고 많이 친했어요. 근데 그 애는 우정인 친구고 우리 애는 사랑의 감정으로 다름이 부딪친 거지요. 우리 애는 사랑의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나 너 좋아한다.”, 사랑의 감정으로 친구한테 다가갔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그 애는 아들이 싫어졌겠죠. 그래서 우리 애가 우울증도 앓고 많이 힘들어 했었어요. 대학교 졸업하기 바로 직전이 최고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졸업 작품을 할 때가 돼서 밤 세며 매달려 있어야 하는데, 생각은 딴 데로 가 있고 작품 할 생각도 못하고. 얘는 그 당시에 아마 모든 것을 다 놓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졸업도 귀찮다, 이런 절박한 심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는 중에 그 친구가 저한테 전화를 했어요. 실은 우리 아들하고 자기가 싸워서 말은 안하고 있는데 우리 아들이 졸업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걸 걔가 알았는지 마지막에 “졸업은 해야 됩니다” 그러면서 저한테 전화를 해주더라고요. 도대체 이게 뭔 소리야, 처음에는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얘가 대답을 안 해주더라고요. 자기는 말을 할 수가 없다고 그러더니 또 며칠 있다가 그 애가 또 나한테 전화를 했어요. “도대체 뭐니? 왜 싸우니? 우리 아들은 싸우는 애가 아닌데, 싸울 일이 없는데 왜 싸우는 거야.” 나는 그 친구가 뭔가 우리 애한테 잘못한 게 있는 줄 알고, “네가 혹시 뭐 잘못한 거 있니?” 근데 자기는 그런 게 아니래요. “그럼 뭐니?” 그랬더니 그제서야 걔가 얘기를 해주더라고요. 아들이 동성애자라고…그때 그걸 듣는 순간…그냥 멍 하더라고요. 무슨 생각을 할 수도 없었고, ‘어 이게 뭐지? 이게 뭐지?’ 생각과 심장이 하얗게 멈추는 게 느껴졌어요.

그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미국에 여동생 그 부부한테는 제가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전화를 해서 “우리 아들이 동성애자라는구나”, 했더니 동생이 그걸 듣자마자 “사람의 성향은 다양하다, 한 쪽은 이성애자고 다른 한 쪽은 동성애자고 그 사이에는 다양한 인간 성향이 있는 거다, 그리고 우리들은 이성애자에 속하지만 아들은 동성애자에 속한 거다, 언니 그렇게 생각하면 돼.” 그렇게 동생이 표현을 해주더라고요. 그러니까 그게 굉장히 이해가 많이 되고, ‘어머 그 말이 맞다! 그렇게 모든 걸 하나하나 풀어가자라고 마음을 진정 시키며 마음을 다스렸어요.

그러고 나서 무턱대고 아들에게 “너 무슨 고민 있지? 엄마는 들을 준비 돼 있어. 그러니까 고민이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다오.” 그런데 이틀을 기다렸는데도 이 녀석이 대답을 안 하는 거예요. 아들이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힘들어서 이틀 뒤에 편지를 썼어요. 편지에다가 우리 동생이 얘기한거, 한 쪽은 이성애자고 다른 한쪽은 동성애자고 그 안에 다양한 성향이 있다더라… 사실 ‘있다더라’가 아니라 ‘있다’라고 썼어요. 내가 생각한 것처럼. “너는 여기에 (동성애자) 속해있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괜찮아!” 유식한 척 하면서 그렇게 편지를 쓰고, “나는 괜찮다. 근데 다만 네가 이성애자인 친구와 친구사이의 우정은 좋지만 걔는 이성애자고 너는 동성애자잖아, 그러니 걔가 싫다고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걔는 아니라고 생각해.” 내가 그렇게 편지를 썼어요. “같은 동성애자 안에서 너하고 맞는 애들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을 거야.” 그리고 맨 마지막에다가 “이 세상이 뒤집어져도 엄마는 네 편이야” 거기다가 밑줄까지 그어 놨어요. 그렇게 편지를 썼어요. 애가 그 편지를 보고 있더니 아무 소리를 안 하고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밥 달라고 해서 밥을 먹더라구요. 그래서 이제 됐나보다, 어쨌든 졸업만 시켜야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녀석이 작품에 매달리는 게 아니라 걔를 또 만난 것 같았어요. 어쨌든 졸업은 했죠. 그렇게 해서 알게 됐어요.

바람 / 자녀가 그 전까지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던 이유가 뭘까요?

하늘엄마 / 짐작이 되는 건 연애할 때 예쁜 얼굴보단 편안한 여자 친구를 사귀어라 라는 말과 성격이 중요하다는 말 때문에 아들은 많은 부담감을 느꼈을 것 같고, 그리고 부모가 놀랄 것을 걱정하고 혼자 속앓이를 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어요.

아마 내가 이렇게 여자 친구 이야기를 자주 했으니까 머릿속에 엄마한텐 이야기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겠죠. 애가 차마 말 못하고. 내가 여자 친구 그런 소리를 하면 얘는 그냥 “네” 그랬거든요. 알기 몇 달 전 까지도 제가 그 소리를 했어요. 대학 졸업할 때가 가까워졌으니까 한 번쯤 또 이야기를 해야 되겠다 싶어서 넌지시. 참 그런 거 보면 나도 엄마가 아들을 틀에다가 넣은 거죠 뭐. 그런 것도 사실 반성을 했어요. 오만 걸 다 반성 했어요.

3. 갈등/고민

바람 / 처음 알게 되셨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하늘엄마 / 그 당시 아들은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판단 돼요. 저는 내 감정을 추스르기보다 아들 감정이 회복 되는 게 더 우선이었어요. 그러면서 ‘참 나는 내 감정도 내 맘대로 표현 못하네’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걸 빨리 회복을 시켜줘야 되겠다는 생각이 더 커서 거기다가 온 정신을 쏟았어요. 그러면서 간간히 나는 무슨 생각을 했냐면, 그 당시 내 나이가 50에서 55세 중간선, 한 7년 전 이었으니까 53세 그 즈음 이었는데, 53세 정도면 그래도 젊은 나이에요. 아들 기분을 맞춰 줄려고 노력을 하면서 ‘아휴 내가 앞으로 살려면 우리 시대는 100세 시대라는데 못해도 한 30년은 그냥 평균적으로 더 살아야 하는데 그 30년을 어떻게 더 살지?’하는 생각을 했어요. 하루하루가 힘든 때였기 때문에 ‘지루해서 어떻게 더 살지?’, ‘30년을 어떻게 버티고 살지?’ 그리고 그때 슬쩍 스치고 지나가는 기분이 ‘내가 차라리 그냥 어떤 병이 걸려서 빨리 갔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 지루한 시간을 내가 안 보낼 수 있겠지?’ 그냥 아무 생각도 없으니까 내가 괜히 걱정이 많더라구요. 그 걱정 속에는 사회가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안 좋으니까 ‘우리애가 어떻게 하면 상처 안 받고 살아갈 수 있을까?’ 모든 엄마가 다 그렇겠죠. 근데 그냥 막연하게 혼자 생각만하고 누구하고 이야기를 못 하겠더라구요. 동생이 내 옆에 있어 줬으면 수시로 만나면서 이야기 했을 텐데. 그게 많이 힘들었어요. 이야기 할 사람이 없는 게…이 세상에 혼자 갇혀 있는 기분이었어요.

바람 / 그래도 미국에 있는 여동생이 좋은 역할을 한 것 같아요.

하늘엄마 / 동생은 편견이 없어요. 제부도 그렇고 성소수자에 대해 편견이 없는 사람들이에요.

지인 / 그럼 여동생이 제일 도움이 많이 된 거네요?

하늘엄마 / 그렇죠. 동생 덕에 위기를 잘 넘겨요. 전문책을 뒤져봐도 0세에서 6세까지 뭐 어쩌고저쩌고 프로이트가 어쩌고저쩌고 이런 거 보고 나면 머리가 아파서 며칠 쉬어야 해요. 너무 머리가 아파서 다시 책을 볼 수가 없어요. 그 옛날에 서점에 가서 우리 아들한테 내가 잘못한 게 뭔지 뒤지려고 그렇게 에너지를 다 썼어요. 생각나지 않는 것도 생각해내려고 애를 쓰고. ‘내가 이걸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건가, 딴 걸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건가’ 하면서 괴로워했죠.

책이라던가 전문가 상담 이런걸 들어보면 대체적으로 “0세에서 6세까지 환경적인 요인도 있다. 그러나 정확하지 않다” 꼭 뒤에는 “정확하지는 않다” 요딴걸 붙여 놓더라구요. 사람 헷갈리게. 그럼 날보고 어떡하라는 거야, 앞쪽에 써 놓은 걸 믿게 되지 뒤에 있는 “정확하진 않다”에 초점을 두지는 않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혹시라도 잘못한 게 뭐가 있을까, 참 그걸 찾겠다고 에너지가 정말… 탈진이 되는 거죠.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정말 부모 되기 힘들다.’ 어떻게 부모가 자식한테 요만한 거 잘못 하나도 하지 않고 키울 수가 있냐는 거지. 어떻게 완벽한 엄마가 될 수 있냐는 거야. 그건 아니잖아요. 내가 혹시라도 아들한테 야단쳤을 때 좀 막 대했을 수도 있을 거 아니에요? 그렇다고 얘가 이렇게 되는 건가? 이러니까 자식 키우는 게 겁이 나더라구요. 그렇게 힘들어하고 있을 때 동생 말이 많이 힘이 되어 줬죠. 의사, 전문가의 말 보다는 의식이 깨어있는 편견 없는 사람의 말이 위대하다고 느꼈어요.

바람 / 관련된 영화를 찾아보셨나요? ‘바비를 위한 기도’를 추천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하늘엄마 / 저도 몇 년 전에 친구사이 가족모임에 갔을 때 ‘바비를 위한 기도’를 봤어요. 정말 잘 만들었더라고요. 굉장히 감동을 많이 받았죠. 그리고 ‘브로크백 마운틴’도 봤어요. 그걸 세 번 봤어요. 세 번 봤는데 세 번을 다 울었어요. 첫 번째는 그냥 봤는데 두 번째는 눈물이 나오고 세 번째는 진짜 눈물이 더 나오는 거예요. 그리고 터키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대한 영화 ‘마이 차일드’도 봤어요. 절절한 사랑에 감동을 받았어요.

바람 / 하늘엄마님은 천주교 신자이신 걸로 아는데,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걸 받아들이시면서 종교적인 갈등은 없으셨나요?

하늘엄마 / 처음에 제가 무식해서 몰랐을 때는 정말 성당 맨 뒤에 앉아서, 그것도 구석에 앉아서 (웃음) 미사할 때마다 맨날 울었죠. 십자가를 못 쳐다보겠고. 근데 막연하게 뭔가 ‘이건 아닌 것 같은데’하는 생각은 있었어요. 제가 아들이 게이인 걸 안지 7년이 돼 가는데 지금까지 카톨릭에서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건 없었어요. 내 주변에서 우리 교우들 간에서도 아직은 없었어요. 근데 제가 처음에 몇 해는 ‘내가 이것에서 벗어나야 내가 영적으로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생각에 영적인 서적을 다시 보았어요. 송봉모 신부님이라고 제가 아주 존경하는 분이 계신데 그 분 강론이랑 책을 다시 들여다봤어요. 그걸 보면서 마음속으로 답답함이 해결됐어요. 그러면서 하느님이 우리들을 내려다 봤을 때 사랑하는 감정이 무엇인가를 더 깊게 느껴요. 이제는 미사를 하면서도 내가 마음이 조여든다거나 그런 건 전혀 없어요. 십자가를 쳐다보면서 성소수자들도 하나님께서 만들어주신 소중한 자녀들이니 지금은 제가 이 사람들을 위해서 이 나이에 뭐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도움 되는 일을 하면서 저는 살겠습니다, 하나님도 좋으시죠? 좋으시죠? 그러면서 대화를 해요. 눈에 보이는 카톨릭 교리, 저는 그거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교리는 사람이 만든 거예요. 하느님과 저와의 관계는 그 전보다 더 돈독해졌어요. 아픈 만큼 더 성숙해졌다고 할까요.

바람 / 자녀분과 관련해서 상담을 받아보신 경험은 있으신가요? 상담사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궁금해요.

하늘엄마 / 저는 강제로 우리 식구 다 상담 받게 했어요. 남편도 강제로 가라고 했어요. 남편이 “내가 왜 상담 받아야 돼?”했는데 “0세에서 6세까지 뭘 잘못했는지 당신도 찾아봐야지!”하면서 겁을 막 줬죠. “안 하면 이혼이다!” 하면서. 제가 무서워서 남편까지 다 상담 받았는데, 뭐 없어요. 잘못한 게 없어요.

바람 / 상담사가 어땠어요?

하늘엄마 / 상담사가 뭘 딱 찍어서 이게 잘못됐다 어쨌다 이야기를 해줘야 되는데 아무것도 들은 게 없어요. 상담에서 기억에 남는 게 없어요. 쓸데없이 돈 버리고 마음 상하고 시간 가고…. 상담사 찾을 필요 없고 부모모임에 나오면 유명한 상담사 찾는 것 보다 훨씬 나아요.

지인 / 마음은 왜 상하셨어요?

하늘엄마 / 맘 상한 건 지나가고 나서 이게 선천적인 거라는 걸 스스로 깨달았는데, 그러고 나니까 내가 그 사람들한테 사기 당한 느낌이 들어요. 선천적인 거면 뭐 하러 시간이랑 돈 들여서 상담을 했나.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데 혹시 정체성을 1%의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미련이 결국은 미련한 일을 한 것이죠.

지인 / 아드님이 성소수자인 이유를 찾으려고 하셨군요.

하늘엄마 / 상담사가 환경적인 거, 후천적인 거라고 얘기를 하면서도 “이건 확실하진 않습니다.” 꼭 단서를 다는 거예요. 자기들이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 놓는 거지요. 그러니까 “판단은 네가 해라” 그 얘기에요. 나는 정확한 게 뭔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괜히 가서 남편한테 속상했던 것들 얘기를 다시 또 생각을 해 내는 거예요. 얘기를 하면 괜히 속상했던 기분이 올라오고. 또 기분이 안 좋아 지며 다 잊어먹었던 건데 끄집어내서 얘기를 해야 하고. 그리고 나서 나중에 그 상담사가 화성인과 금성인 책에 대한 자기 논문을 주는데, 그걸 날보고 보고 뭐하라는 거야. 괜히 쓸데없이 상담료 받고 자기 논문 써 놓은 거 그딴 거 주더라구요. 필요도 없는 거 준 거예요. 쓸데없이 그런 식으로 시간을 보낸 거죠.

지인 / 상담사가 한 이야기 때문에 상처 받진 않으셨어요?

하늘엄마 / 도움이 된 것도 없고. 내가 상처받은 건 옛날에 시어머니에게 부당한 대우 받은 일들, 그걸 기억해내면 저는 슬프거든요, 그걸 또 다시 끄집어내고, 저는 우리 어머니를 용서 했는데 또 꺼내 놓으니까 용서가 또 안 되더라고요. 왜냐면 우리 아들이 이렇게 됐잖아. 이게 나는 시부모님이 나한테 스트레스를 너무 줘서, 뱃속에 가지고 있을 때 잘못돼서 이렇게 됐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 그렇게 화가 나더라구요. 다 용서가 됐는데. 0세에서 6세까지라니까. 0세면 애기 가졌을 때 태교를 잘 했어야 하는 건가 싶어서. 애기 가졌을 때부터 시작해서 우리 어머니한테 받은 말도 안 되는 스트레스 그런 것들을 내가 신앙생활 하면서 다 용서가 됐고 다 해결이 됐는데 아들 문제로 다시 또 올라오는 거예요. “가장 사랑하는 내 아들이 이렇게 된 건 당신들 탓이다” 그랬어요. 그러니까 남편이 그 소리 들으면 얼마나 상처겠어요. 그러니까 남편은 아들 때문에 힘들었고, 나도 “전적으로 당신네 식구들 탓이다. 나는 결혼을 너무 잘못했다. 나는 너무 내가 실패한 인생이다.” 그랬던 거예요. 서적이나 뭐 그런데서 0세에서 6세가 어쩌고 하는 게 내게는 너무나도 뼛속 깊이 상처예요. 상담이 역효과가 난 거죠. 도움이 된 게 아니라. 남편에게 화내던 게 제일 미안했어요. 남편은 얼마나 억울했겠어요. 저도 불쌍하지만 남편도 불쌍했어요.

4. 화해/해소

바람 / 자녀분이 성소수자인 걸 알게 되신 후에 달라진 것들이 있을 것 같아요.

하늘엄마 / 이제 엄마가 알았으니까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더라구요. 엄마가 그런 편지를 쓴 것에 대해서 어떤 마음인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섭섭하긴 하더라구요. 좀 더 이해하고 가까워지고 싶은데 얘는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엄마의 기분은 맞춰주진 않으니까. 얘는 지금 그 이성애자 친구한테 꽂혀 있어서 그게 해결이 안 되니까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죠 뭐. 자기 아픈 감정이 우선이니까. 그런 게 섭섭하긴 했어요. 그냥 마음가는대로 하게 기다렸어요.

바람 / 아드님이 게이인 걸 알게 되신 후에 삶의 태도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셨다거나 한 게 있으신가요?

하늘엄마 / 많이 달라졌어요. 우선 편견이 없어졌어요. 우리 아들이 대학 졸업을 하고 무슨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따고 좋은 데 취직을 하고, 그런 바람이 있잖아요. 저 역시 그랬거든요. 근데 아들이 성소수자라는 걸 알면서부터 바뀌었어요. 욕심도 없어 졌어요. 욕망을 내려놓으면 이렇게 편해지는 것을 아들의 엄청난 고통을 알고 난 뒤에 깨달았어요. 세상을 다시 보게 되고 또 다른 세상에서 새 마음으로… 가톨릭은 고해성사가 있어요. 하느님께 고백하고 잘못한 것을 용서 받는 것이에요. 지금은 아들에게 미안해요. 게이로 태어나게 해서… 요즘은 가끔 물어봐요. 행복하냐고. 행복하대요. 참 다행이에요. 같이 지내는 파트너가 고마워요. 그래도 가끔은 눈물이 나요. 우리아이들이 혐오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슬퍼요. 지금은 바람이, 오래 살고 싶어요. 늙은 할머니가 되어도 아들이 외롭지 않게 곁에 있어주고 싶어요.

지인 / 이제는 아드님과 가깝게 느껴지시나요?

하늘엄마 / 그럼요. 이제는 훨씬 더 가까워졌죠. 이제 아들이 파트너와 같이 산 지 4년이 넘어가는데 걱정 안 끼치고 서로 아껴주며 사는 모습이 안심이 되요 남편과 누나도 많은 지지가 힘이 됐겠죠.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거예요. 가족이 파트너를 반겨주니 고마워해요. 그 전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물어보지는 않았으니까. 커밍아웃 당하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제가 여자 친구 얘기를 했거든요. 그 때 얘는 멀쩡하게 ‘네’하고 대답했거든요.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벽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바람 / 가족 바깥의 인간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하늘엄마 / 제가 인간관계 범위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그냥 만나서 즐기는 관계를 많이 정리를 했어요. 우리 아들이 성소수자인 걸 알았을 땐 청주에 살았을 때인데, 한 2년 정도 더 있다가 서울에 올라왔어요. 난 오히려 더 잘 됐다 싶었어요. 청주에서 30년 넘게 살았어요. 결혼하자마자 거기에 살았으니까요. 서울에 있는 이웃보다 청주에 있는 이웃들이 더 많아요. 잘 됐다 싶어요, 자연스럽게 헤어지면서 정리를 했어요.

바람 / 예전에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친구 분 얘기를 하셨던 걸로 기억해요.

하늘엄마 / 그 친구는 개신교 선교사였어요. 나머지 한 친구는 종교 없는 친구고요. 그 선교사 친구는 평생을 바쳐서 아프리카 오지에서 선교하는 친구였는데 난데없이 ‘너희들은 동성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하고 물어보더라구요. 그 친구는 어느 정도로까지 생각 하냐면 간음보다 더 나쁜 게 동성애라고 생각하더라구요. 다른 한 친구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난 잘 모르겠다’라고 했어요. 저는 ‘사람들이 아무리 비난해도 동성애자들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잖아. 그렇게 태어난 애를 가지고 이랬냐 저랬냐 하면 안 돼지. 그래서 난 옹호하는 입장이야’ 그랬어요. 그 선교사 친구는 며칠 있으면 다시 출국을 했어야 하는 상황이라서 굳이 다 얘기를 안 해도 될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5년 있다가 은퇴할 때 해야지 싶어요. ‘아무리 선천적이라고 해도 난 아닌 거 같아’라고 얘기를 안 좋게 하더라구요. 그날 우리 아들이 동성애자라고 얘기를 하려다가 아직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고 싶진 않았고 좀 더 준비를 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한 일주일 있었나? 그 주가 ‘인권주일’이 있던 주 더라구요. 그 때 지인님이 쓰신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그걸 메일로 받아서 복사해서 그 친구한테 메일로 보내면서 ‘이거 어느 엄마가 쓴 글인데 감동받아 보낸다’라고 했어요. 답이 없더라구요. 아마 살짝 눈치를 채서 답장을 안 한 거 같기도 해요.

지인 / 종교 없는 친구 분께는 말씀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하늘엄마 / 얼마 전에 퀴어퍼레이드 끝나고 얘기 했어요. 얘기한 지 한 달 조금 넘었는데 그 친구는 정말 내가 얘기한 걸 다 받아들이더라고요. 제가 물어보고 싶은 거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더니 “난 진짜 그런 건지 몰랐어.”라고 하면서도 “동성애(동성간 성관계)는 좀 그렇지 않니”라고 하더라고요. 성소수자의 교육을 받지 않고 생각해 본적이 없으니 그 친구마저도요. 그래서 나는 ‘너, 이성애자들도 결혼하잖아. 혼인 신고만 해 놓고 성관계 하지 말라고 하는 거랑 똑같은 거야’라고 해줬어요. 역시 내 문제랑 남의 문제는 생각이 돌아가는 속도가 다르더라고요. 교육의 사각지대의 결과지요

지인 / 다른 친구 분들은 또 어떤 반응을 보였어요?

하늘엄마 / 또 한 친구는 교회에 아주 열심히 다니던 친구예요. 늘 생각이 깨어 있는 친구에게 그 동안 알아왔던 정보들, 그리고 유인물도 그 친구한테 다 보여줬어요. 그리고는 “난 내가 알고 있는 걸 최대한 설명해줬어. 여전히 동성애자를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건 너희들 자유지만 만약 그런다면 난 너희들이 편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할거야” 라고 말했어요.

바람 / 반응은 어땠나요?

하늘엄마 / 당황스러웠겠지만 아무 말도 못했죠. 그러면서 교회에서 얘기하는 그런 문제들, 에이즈 같은 거, 물어 볼 건 다 물어봤어요. 거기에 대해서도 다 얘기를 해줬죠.

지인 / 기분이 어떠셨어요?

하늘엄마 / 마음이 시원했어요. 나중에 얘기를 들었는데 그 친구 둘은 나에 대해서 뭐든지 마음이 넉넉하고 내 의견 내세우지 않는 친구로 알고 있었는데, 그 얘기를 듣고 나서는 ‘굉장히 똑똑한 친구다. 그리고 어쩜 그렇게 대처를 잘 했나. 정말 대단한 친구다.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괜찮은 친구다’하고 말하더래요. 그래도 몇 십 년 동안 개신교에서 나쁘다고 세뇌 당한 게 몇 시간 얘기한 걸로 바뀌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요. 그래도 이렇게 정보를 전달해주는 건 꼭 필요한 거 같아요. 여전히 제 친구는 소중하고 좋은 친구이기에 마음 놓고 얘기했죠. 들어준 친구에게 고마워요. 교회와 이 사회가 바뀌어야할 과제이지요.

바람 / 커밍아웃을 하는 좋은 방법을 추천해주신다면?

하늘엄마 / 자식이 엄마가 좀 편안하게 있을 때 조용히 다가와서 “엄마, 실은 나 이런 거 같아”라고 힘들었던 것을 얘기를 해야죠. 대체로 “엄마, 나 동성애자야”하고 던져만 놓고 나머진 알아서 해라 이러면 곤란해요. 만약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면 “너 미쳤니?” 그랬을 거예요. 하지만 전 아들이 힘들어 했을 때 알았기 때문에 그렇게 못했고 아들의 마음을 추슬러 주는 거에만 중점을 뒀기 때문에 내 감정은 완전히 없었죠. 근데 만약에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는데 그렇게 이야기 했다면 나도 실수를 좀 했을 거 같아요. “나 이런 게 힘들었어.” 하면서 조목조목 뭐가 힘들었는지 이야기 하면 너 미쳤냐는 말은 안 나올 것 같아요. “그럼 한 번 알아보자”라고 나가지 않았을까.

지인 / 몇 살 때 즈음에 하는 게 좋을 거 같으세요?

하늘엄마 / 대학생 때가 제일 좋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사춘기 때 빨리 하면 참 좋겠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10대에 얘기하면 “넌 아직 어려서 그래”라고 얘기하실 것 같아요. 그 때가 제일 힘든 시기이긴 할 테지만, 그 때는 부모가 좀 실수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조금 어른이 됐을 때, 대학생 때 즈음 얘기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자립해서 부모 도움 없이 살 수 있을 때도 좋을 것 같아요

5. 부모모임

바람 / 부모모임에는 어떻게 참여하시게 됐나요?

하늘엄마 / 제가 인터넷을 좀 찾아봤어요. ‘친구사이’라는 게이 인권단체가 있길래 거기에 전화를 했죠. 그 당시 우리 아들은 파트너를 만나고 있는 거 같았어요. 만나고 있는 애가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 안 좋은 친구를 만나면 어떡하나 걱정도 됐어요. 마음이 복잡했을 때였어요. 아들이 커밍아웃을 하고 나서는 한참 후에 내가 힘들더라고요. 무조건 나를 돌봐야 될 것 같았어요. 나를 돌보려면 여기에 가서 친구나 동생, 언니, 남편한테 말하지 못한 속상했던 걸 말하고 속풀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마음속에 슬픈 감정을 다 풀어야겠다. 이곳을 대상으로 삼아야겠다 싶었죠. 그렇게 가게 됐는데, 거기에 나온 젊은이들을 보니까 ‘책에서 봤던 거, 전문가들이 얘기한 거 다 필요 없구나, 정말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거구나’라고 확신이 들었어요. 그 때부터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친구사이의 모임이 절 살렸어요. 특히 재경 팀장님이 애써주셔서 고마워요.

지인 / 뭘 보고 확신이 드셨어요?

하늘엄마 / 청년들의 행동하는 거요.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거 보니까 우리 애랑 참 똑같았어요. 손짓이라던가, 말투라던가, 어휘라던가, 목소리 아니면 웃을 때 걸음걸이 등등 보면 똑같아요. 하는 행동이. 순간순간 같더라고요. ‘아, 이렇게 타고나는 거구나. 이거는 의심할 것도 아니구나’라고 생각이 들고 이제는 환경적인 거라는 말은 아예 무시해요. 환경적인 것도 아니고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죄책감에서 해방이 됐어요.

지방에 살았을 때 레즈비언 모임을 알게 되어 며칠을 상담 받았는데 거기에 “저보다 더 선배이신 부모님 연락처는 없어요?”라고 물어보니까 없다고 했었어요. 전 그게 너무 아쉽고 속상하더라고요. 제가 친구사이 가족모임은 2011년부터 나왔는데 분명 저 같이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 엄마들이 있을 거고 부모마다 다르겠지만 만나서 제가 힘들었던 얘기 나누고 하면 서로 상처 치료가 되지 않을까 해서 지금까지 오게 된 거예요. 지금은 죄책감은 하나도 없어요. 그리고 정말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바닥까지 내려가니까 눈을 뜨게 되고 새로운 참 부모가 되어야겠다 회개했죠. 아들이 좋은 게 좋은 거죠. 유명해지면 좋겠지만 유명해진 사람 몫은 따로 있고 그냥 아들은 소박하고 행복한 몫으로 살아가라고 해주고 싶어요.

바람 / 부모모임에 오시면서 또 좋은 점이 있으시다면?

하늘엄마 / 여기 오면서 어머님들을 계속 만나는 게 좋아요. 참 좋아요.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거 같아서요.

바람 / 치유가 많이 될 것 같아요.

하늘엄마 / 그렇죠. 개신교 신자들한테서 말도 안 되는 소리 들으면 마음이 아프거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고정 관념이 얼마나 무서운가, 그리고 무지가 얼마나 무서운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나라는 아직도 발전돼야 할 게 많구나’하는 생각도 들고요.

6. 미래

바람 / 우리 사회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하늘엄마 / 첫째로 학교 교육에서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않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봐요. 선생님부터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져서 학생들을 가르쳐 왕따 당하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없어야 해요. 둘째로 차별금지법이 생겨서 직장에서 불이익 당하는 젊은이가 없어져야죠. 나 죽기 전엔 이뤄지지 않을까, 오래 살아서 그거 보고 죽어야겠다는 생각해요. 나 때 안 되더라도 뒤에 더 젊은 부모들이 할 거예요. 우리가 좀 늦어서 그런 거지 맞는 건 다 드러나게 된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걸릴 뿐이지 이미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잖아요. 우선 이 두 가지만 이루어져도 사람들이 저절로 마음을 열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훌륭하게 살고 있는 성소수자들이 많이 있지만 차별 속에서 꿈을 피우지 못하는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사회가 좀 열린사회로 바뀌면 성소수자들이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요.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일꾼들이 많은데 인재를 잃어버리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잖아요.

지인 / 이번에 퀴어문화축제에도 참여하셨는데 어떤 마음으로 가셨어요?

하늘엄마 / 부모모임에서 부스도 열었다고 하니까 궁금했어요. 어떻게 되어 있는지도 궁금했고.

지인 / 사회에 알려야겠다는 마음도 가지셨어요?

하늘엄마 / 그런 마음은 퀴어문화축제에 가고 나서 가지게 됐어요. 축제 하는 곳 밖에는 기독교인들이 정말 많이 반대하고 있었거든요. 그 전에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행사 때 서울역에서 처음 봤을 때는 이상한 사이비 기독교 사람들이 그러는 줄 알고 신경을 안 썼어요. 오히려 ‘이 사람들 참 불쌍하다’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퀴어문화축제 때는 멀쩡한 사람도 어린애 데리고 나오더라고요. 그거 보고 ‘아, 이러면 안 되겠구나. 주변에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야 하는구나’하고 생각이 바뀌게 됐죠. 저는 남편한테도 ‘주변에 남자들끼리 술자리를 할 때 동성애자 비하하는 사람들 있을 수도 있을 거다. 그런 사람 있으면 그 사람 이름이랑 전화번호 좀 알려줘요. 그럼 내가 그 사람 따로 만날게’ 라고 했어요. 우리 남편은 마음이 여려서 선뜻 못하거든요. 남편도 동의 했구요.

바람 / 자녀분의 파트너와 사이가 좋아 보이시는데 따로 파트너와 보기도 하시는지?

하늘엄마 / 아직 따로 만나지는 않아요, 아들이랑 같이 봐요. 가끔 남편이랑 아들이랑 파트너랑 사는 집에 가긴 해요. 그 파트너가 형인데, 그 애가 우리 아들을 잘 챙겨줘요. 직장 생활할 때 생기는 애로 사항 같은 거 있으면 충고도 해주고 그러더라고요. 아들에게 형이 있는 게 듬직하다고 할까, 그런 얘기를 해요. 아들이 집에 오면 형 얘기를 시시콜콜하게 하는데 그 얘기를 듣다 보면 파트너가 아들을 아끼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제가 얼마 전에도 아들한테 ‘내가 너한테 10년 안에 집 사주는 게 꿈인데 그 집에서 형이랑 할아버지 될 때까지 잘 살아야지?’ 그랬더니 ‘네 당연하죠!’ 그러더라고요.

바람 / 파트너 분의 집안도 알고 계시는지?

하늘엄마 / 처음에 우리 집에 왔을 때 파트너에게 “너네 집은 알고 계시니?”라고 물어봤는데 아버지는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연세가 많으신데 저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시더라고요. 그 애가 다섯째에요. 위로 누나가 네 분이 있고. 엄마는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엄마 연세 많으시면 얘기 안 해도 되겠다, 하지 말아라.”라고 했었어요. 그건 내가 굳이 해라 말아라 할 필요는 없지만 그 얘기는 별로 중요한 것 같진 않은 것 같아요.

바람 / 자녀를 지지 하시지만 그래도 여전히 걱정되는 게 있을 것 같아요.

하늘엄마 / 우리 애가 요리에 관심이 없어요. 기본적으로 자기가 먹고 싶은 건 배워야 할 거 같아요. 보통 사 먹더라고요. 전 그게 너무 마음에 안 들어요. 좀 배웠으면 좋겠어요. 건강 해칠까 봐. 그게 걱정이에요.

김조광수 커플은 같이 주방에서 요리 해 먹고 시장에 장 보러 가고 하더라고요. 우리 애도 시장도 가고 그렇겠지만 예전엔 뭐라도 해 먹는 거 같았는데 직장을 다니고부터 전혀 안 하더라고요. 그건 필수 조건인 것 같아요. 여자가 없으니까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있어야지. 그냥 아무 인스턴트 음식이나 사 먹더라고요. 게이들도 요리 좀 배웠으면 좋겠어요.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거 말고는 크게 없어요.

지인 / 만약에 자녀분이 게이라는 이유로 직장에 잘리게 된다면?

하늘엄마 / 그건 안 되죠. 싸우든지 고소를 하든지 갑질을 막아야죠. 그 쪽이 무식하게 나오면 저도 무식하게 대들어야죠. 지금은 열심히 직장에 꼭 있어야 할 사람으로 성실히 일하고 있어요.

바람 / 인터뷰 질문 중엔 없지만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하늘엄마 / 부모들한테는 이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거니까 모든 생각을 거기 맞춰서 생각 하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시간은 걸리겠지만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부모가 그렇게 낳아주었어요. 절대 자녀를 탓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고 1%의 쓸데없는 생각으로 정체성을 돌릴 순 없을까 하는 위험한 고민으로 마음 상하고 애쓰지 마시길 부탁드리고 싶어요. 성소수자 분들에게는 부모가 이해할 때까지 기다려주길 부탁해요. 원하는 반응을 빨리 못하는 거는 몰라서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어서 그런 것이니 시간이 흘러야 해요. 개개인이 늘 어디에서나 모범을 보인다는 생각을 하시고 지금의 자리에서 각자가 해야 될 일에 최선을 다해 주시길 부탁해요. 성실히 노력하면 모두가 존경의 대상이 돼요. 부모는 늘 자녀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어요. 요리나 웰빙 먹거리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고. 어떻게 하면 젊은이들이 좀 더 마음 편히 살 수 있게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부모모임이 여러분 뒤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이 시간에도 힘들어 하시는 분께 응원의 박수를 보내니 열심히 사시길 부탁드리고, 곧 좋은 세상이 올 것을 기대하며 화이팅 했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사랑하는 내 아들!

엄마가 성소수자로 태어나게 해서 미안하다. 정말 많이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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