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광주 시민 여러분!
그리고 오늘 이 자리를 눈부신 자긍심으로 가득 채워주신 퀴어와 앨라이 동지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운영위원 나비입니다.
처음 제 아이가 트렌스젠더라는 것을 알았을 때, 솔직히 두려웠습니다.
내가 이 아이를 지켜줄 수 있을까, 이 험한 세상에서 나와 내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했던 날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수많은 부모를 만나고, 또 여러분처럼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멋진 퀴어들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부끄러운 것은 내 아이의 존재가 아니라, 있는 존재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편협한 세상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오늘 우리가 모인 이곳 금남로는 불의와 억압에 맞서 민주주의와 평등을 외쳤던 광주의 심장입니다.
5·18 광주는 국가폭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역사입니다. 불의에 맞서 싸웠던 저항의 역사입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곳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는 오월 광주의 정신을 가장 아름답게 계승하는 시간이라고 믿습니다.
1969년 미국의 스톤월 항쟁 역시 차별과 혐오를 자행하는 부당한 공권력에 맞서 인간의 존엄을 외친 민주화운동이었습니다.
역사는 진보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베를린 퀴어축제 차량 테러는 여전한 혐오가 낳은 또 다른 폭력입니다.
누군가는 아직도 혐오의 목소리를 높이고, 법과 제도는 지금도 우리의 존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조차 없는 세상에서 성소수자들은 여전히 자신을 안전하게 드러낼 수 없습니다.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참 미안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이 무대에서 약속하고자 합니다.
야성심유휘, 밤이 깊을수록 별이 더 빛난다고 합니다, 고.노회찬 의원이 늘 하신 말씀이지요. 어두운 고난의 시기를 지나면 결국 희망의 빛을 맞이하게 됩니다.
지금의 세상이 여러분을 환대하지 않을지라도, 역사는 그리고 우리 부모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곁에는 여러분의 존재 자체를 자랑스러워하고, 여러분이 걸어가는 길에 끝까지 같이하는 수많은 부모와 앨라이들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성소수자 여러분
여러분이 걷는 그 당당한 걸음걸음마다, 우리가 가장 튼튼한 방패가 되어 함께 걷겠습니다!
차별과 혐오를 넘어, 모든 존재가 안전하고 평등하게 사랑할 수 있는 그날까지, 우리 성소수자 부모모임이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연대하겠습니다.
광주퀴어문화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온 마음으로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